하루의 끝,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시간. 그런데 갑자기 시작되는 아기의 울음소리.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안아도 달래도 통하지 않고, 계속해서 보채고 짜증을 부립니다.
분명히 배도 부르고 기저귀도 갈았는데, 왜 이러는 걸까? 부모는 난감해지기 마련입니다.
이런 상황이 매일 반복된다면, 여러분의 아기는 지금 ‘마녀시간(Witching Hour)’을 보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.
1. 마녀시간이란 무엇일까요?
‘마녀시간’은 생후 2주~3개월 사이 아기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저녁 시간대의 울음과 보챔 현상을 말합니다.
보통 오후 5시부터 밤 10시 사이에 집중되며,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거나 잠들지 못하고 칭얼거리는 것이 특징입니다.
이 용어는 해외에서 먼저 쓰이기 시작했고, 마치 마법이 걸린 듯 예고 없이 시작되고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‘마녀의 시간’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.
아기마다 표현 방식과 강도가 다르지만, 거의 대부분의 신생아가 이 시기를 거칩니다.
▶ 마녀시간 동안 아기들이 보이는 특징적인 행동
- 이유 없이 울기 시작해 30분~1시간 이상 지속됨
- 젖병이나 모유를 물리면 몇 초 만에 뱉고 다시 찾기 반복
- 안아줘도 진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몸을 비트는 듯함
- 갑작스럽게 잠들 듯하다가도 깨어서 더 심하게 울기
- 수면 자세가 예민해져 눕히면 울고, 안으면 조금 진정됨
- 배를 구부리거나 다리를 뻗는 등 가스 문제처럼 보이는 행동
- 눈을 비비고 멍한 표정을 보이면서도 쉽게 잠들지 못함
2. 왜 하필 저녁에만 보채는 걸까요?
마녀시간은 낮에는 잘 지내던 아기가 유독 저녁에만 예민해지는 것이 특징인데요, 이것은 생후 초기 뇌와 신경계가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입니다.
① 자율신경계의 미성숙
신생아는 세상의 모든 자극이 ‘처음’입니다. 빛, 소리, 사람, 냄새, 촉감 등 하루 동안 받은 모든 자극이 아기의 뇌에 저장됩니다.
하지만 이 자극을 스스로 해석하고 정리할 능력은 아직 부족하죠.
결국 저녁이 되면 자극의 과부하로 인해 예민해지고, 그 불편함을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.
② 신체 리듬과 수면주기의 불안정
신생아는 낮밤 구분이 없고, 수면주기가 매우 짧습니다. 특히 오후 시간이 되면 졸리지만 잠들지 못하는 ‘과피로 상태’에 빠지기 쉬운데, 이로 인해 울고 보채게 됩니다.
③ 위장 발달 미숙과 가스 문제
아기의 위장과 장도 아직 덜 발달되어 있어 저녁 시간쯤이면 가스가 차거나 배앓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. 이때 울음이 더 심해지며 마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듯 행동하기도 합니다.
④ 성장 급등기(Growth Spurt)
생후 2~6주, 8주, 3개월 등 특정 시점에는 급격한 신체 발달이 이뤄지며, 이때는 수유 요구가 늘어나고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.
수유 후에도 계속 찾거나 먹고 토하고 다시 찾는 행동이 흔합니다.
3. 마녀시간,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?
이 시기의 육아는 부모 입장에서 매우 피곤하고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. 하지만 몇 가지 전략을 잘 활용하면 아기와 부모 모두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.
① 저녁 루틴 정착시키기
-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목욕 – 마사지 – 수유 – 수면 패턴을 반복하세요.
- 정해진 순서를 반복하면 아기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쉽게 잠들 수 있습니다.
② 자극 줄이기
- 낮 동안 외출, TV, 밝은 조명, 시끄러운 음악 등을 많이 접했다면, 저녁에는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.
③ 포대기나 슬링(아기띠) 활용
- 아기를 안고 집안에서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됩니다.
- 슬링(아기띠)이나 포대기는 아기의 몸이 부모에게 밀착되어 안정감을 줍니다.
④ 백색소음 활용
- 자궁 속 소리와 비슷한 백색소음(청소기 소리, 심장박동, 파도 소리 등)은 아기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.
⑤ 반복적이고 부드러운 움직임
- 흔들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흔들거나, 일정한 리듬으로 등을 토닥여 주세요.
⑥ 부모의 감정 관리도 중요합니다
- 아기 울음은 부모의 잘못이 아닙니다. 자책하지 마세요.
- 잠시 아기를 안전한 곳에 눕혀 두고 짧은 호흡 시간을 가져보세요.
▶ 언제까지 이어지나요?
마녀시간은 보통 생후 3개월 전후를 기점으로 점점 줄어듭니다.
수면 주기가 안정되고, 아기의 감각 조절 능력이 발달하면서 서서히 사라지게 됩니다.
하지만 아이마다 차이가 있고, 어떤 아기는 4~5개월까지 지속되기도 합니다. 이 시기를 잘 견디면, 이후 밤잠을 더 잘 자고 스스로 안정감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.
결론
우는 아기를 앞에 두고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, ‘이건 아기가 불편하다는 신호야’라는 것을 인지하고,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안정감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.
마녀시간은 우리 아이가 세상에 적응해가는 성장의 징표입니다. 매일 밤 반복되는 울음 속에도 아이는 조금씩 변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.
엄마 아빠의 품 안에서 눈을 감고, 결국은 스르르 잠드는 그 순간까지.
그 시간조차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날이 반드시 옵니다.